서리가 내리고, 농부들은 마음이 급해집니다
방풍나물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있음을 알려주는 전령사같은 모습으로...
아직 미처 겨울을 다 준비하지 못한 농부들의 마음은 다시 바빠집니다.
비단 농부들의 마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의 식물들도, 동물들도 모두 겨울나기 준비에
몰입해야되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며칠전까지만해도 아직 푸르게 햇빛을 받던 포도잎들도
두어번의 서리에 모두 풀이죽은 모습으로 애처롭게 매달려 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나무는 잎과 줄기의 모든 양분을 다 회수하여 겨울을 준비합니다.
역할을 다한 잎은 낙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제 포도원일도 뒷마무리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뒷마무리도 제법 손이 많이 갑니다.
먼저 포도밭에 덮인 비닐멀칭을 걷어내고,
전지를 하고, 밭에 나무를 묻기까지...
이 작업들이 땅이 얼기전까지 모두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며칠간 먼지나는 비닐걷기 작업을 합니다.
매년 봄에 씌우고 가을에 걷어내는 반복적인 작업입니다.
풀을 제어하는데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비닐입니다.
비닐멀칭은 풀을 제어하고, 지온을 올려주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통풍을 막고 물이 침투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석유화합물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지만...
겨울이 되기 전에 비닐을 벗겨주는건
뿌리가 땅속깊이 내리지 않고 지면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위해서랍니다.
아마 비닐에 맺히는 습기를 찾아서 뿌리가 지표면으로 올라오지 않나싶습니다.
우려했던 비닐벗기기 작업이
예상보다는 순조롭게 마무리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제초제로 열심히 풀을 없앤 다른 밭의 비닐제거작업보다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드네요...^^
이 또한 다른 농부들이 풀을 극도로 싫어하는 큰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
오늘은 비닐 속 세상을 살짝 들여다보았습니다^^
비닐을 들추니...
정말 많은 지렁이들이 살고있었습니다.
우리 밭의 숨은 일꾼들이죠^^
이 녀석들이 주인이 쉬고있는 동안에도...
정말 열심히 밭을 일구어왔을테니까요^^
그동안 제초제를 뿌리지않으며 풀을키우고,
농약사용량을 줄인 효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밀병기,
비닐 밑은 두더지들의 흔적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미 녀석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예상보다 정말 넓게..., 온밭을 헤집고 다녔네요.
보이시죠?^^
두더지는 땅을 헤집어놓아 토양에 공기가 통하도록 만들어주며,
지렁이도 잡아먹지만, 해충들도 잡아먹는다 합니다.
그러나, 뿌리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는데...
글쎄, 포도원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인위적으로 두더지를 제어하는 것은
생각치않고 있습니다.
하얗게 핀 곰팡이들이 보이시죠?
땅속에서 미생물들이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연순환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네요.
풀뿌리와, 지렁이와 두더지가
땅을 일구어 공기와 물을 통하게 만들어주고,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양분을 제공해주고...
사람이 과연 이 녀석들이 일하는 양을 따라할 수 있을까요?
이 녀석들을 모두 밭에서 몰아내고
사람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요?
농토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의 감소는 이러한
사람들의 무지가 얼마나 무모한 도전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ㅠ
<뿌리깊은나무>의 포도원에서는
주인이 쉬고있는 이 시간에도
수많은 일꾼들이 열심히 밭을 일구고 있을 것입니다^^
'머루포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루포도 전지, 그리고 나무묻기까지. . . (0) | 2015.11.23 |
---|---|
2015년 머루포도 판매를 마칩니다 (0) | 2015.10.24 |
머루포도농장, 꼬마들의 해맑은 표정이 빛났습니다 (0) | 2015.10.09 |
머루포도 택배 발송 시작 (0) | 2015.10.05 |
시월, 갈바람에 머루포도 맛은 더욱 깊어갑니다 (0) | 2015.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