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포도이야기

머루포도 전지, 그리고 나무묻기까지. . .

세봉뿌나농장 2015. 11. 23. 23:03

머루포도 전지, 그리고 나무묻기까지. . .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잎을 기르고, 꽃을 피우고, 열매을 맺고

그 풍성한 과일로 농부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그렇게 2015년을 보낸 포도나무들이

다시 혹독한 겨울을 준비합니다.

 

이제는 기후가 변하여

여름장마보다 가을장마가 더 무섭다고 했는데..,

정말 여름장마가 무색할 정도로 비가옵니다.

그렇다고 여름 장마비처럼 장대비로 쏟아붓는 것은 아니고

농부들이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만 옵니다...

이삼일 건너 며칠씩...

일을 미처 마치지 못한 농부들은

뜻하지 않은 휴식이 전혀 편치않은 마음으로

그렇게 가을을 보냅니다.

 

 

가을일은 언제 추위가 닥칠지 모르니까

서두르는게 좋다는 경험많은 농부들의 조언을

쉽게 흘려들은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그만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ㅠ

포도나무 잎이 낙엽이 되어 지기를 기다리다가

뜻밖에 가을장마라는 복병을 만난게죠.

 

포도나무의 전지(가지를 잘라주는 일) 시기는

잎이 완전히 말라 떨어지고 난 이후라합니다.

잎과 1년생 가지에 남아있던 양분이 모두 회수되어야

나무가 추운 겨울을 버티는데 도움을 준다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포도나무 전지는

빠르면 12월, 늦게는 이듬해 봄이 되어서야 합니다.

그러나 이곳 세종시의 머루포도는

늦게 과일이 익는(9월말~10월초) 만생종인데다,

월동을 위해 나무를 땅에 묻어주어야 하기에

가을이 그리 여유롭지 않습니다.

 

나무에게 하루라도 더 시간을 주기위해

전지날짜를 늦추다(...ㅠ, 그것이 여기서는 게으른 농부로 불리워집니다^^)

그만 비를 만납니다.

비가 이렇게 내리면 며칠씩은 밭일을 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다보니 일이 밀리게되고, 만만치않게 됩니다.

2~3일에 걸쳐 손에 물집이 잡히면서 전지작업을 마무리하면,

또 이삼일 비가 내립니다...ㅠ

 

 

 

밭이 어느정도 마르기를 기다려

하루하고 또 반나절에 걸쳐 전지된 가지를 파쇄합니다.

이 또한 이곳 농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이었던 모양입니다...ㅠ

그냥 불에 태워버리고 말지...(쯧쯧...하시며 아마 속으로는 혀를 차셨을테지요...ㅠ)

두해째 이렇게 잔가지를 밭에 되돌려주었습니다.

 

 

 

파쇄된 포도나무 가지들입니다.

지난해 파쇄해 넣었던 가지들은 이미 형체도 없이 분해되어

포도나무들에 돌아갔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상품생산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아마 이곳 농부들 대부분은 고개를 가로저을 것입니다.

더 쉽고 편하게 시장에서 요구하는 최고(?)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 믿기에...

 

오늘부터 또 며칠간 비가 예보되었기에,

그리고 비와 함께 추위가 찾아온다기에

어제 급하게, 아직 밭이 채 다 마르기도 전에

포도나무를 묻었습니다.

먼저 트랙터의 쟁기로 나무를 묻을 골을 타고

유인선에 묶인 나무를 골에 눕히고

마지막으로 관리기로 흙을 퍼올려 나무를 덮습니다.

 

 

밭에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풀을 키운다는 것이

이곳 세종시 머루포도 농가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풀씨가 성하여 밭을 버린다고도 하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밭을 임대해주지 않겠다고도 하고...

그분들에게는 논리가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농사방식 이외의 것은 모두 배척합니다.

(그게 이곳 마을 특성때문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나마, 이곳이 고향이기에 아직 제가 버티고 있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네요...ㅠㅠ

 

아무튼, 나무를 묻어야하는 상황에서는

풀을 키우는 초생재배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무를 묻으면서 풀로 인해 작업이 어려워지고 지연되면서

또 엄청난 구박을 받습니다.

(물론 이제는 가려서 듣지만...^^)

제조제좀 뿌리라고...

 

벌써 내년 농사가 걱정됩니다, 허~허

 

나무를 땅에 묻는 일로

이제 포도밭의 큰 일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다른 일들에

눈길을 돌릴 여유를 조금은 찾은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