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리고 봄여름가을

농부의 길에 서다

세봉뿌나농장 2014. 7. 12. 00:28

농사경험은 3평 남짓 텃밭 6년, 그것도 매년 봄에만 열정적이었던...,

항상 그렇게 농사의 끝까지를 정확히 마무리하지도 못했던,

농사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50여년.

 

육체노동 또한 그리 친숙하지 않았던,

27개월의 거의 7할을 작업에 또 작업으로 박박기던 80년대의 군생활을 제하면,

육체노동의 가쁜 숨을 거의 쉬어본 적도 없던 50여년.

 

그런데,

어느날 귀농은 그렇게 '아무생각없이' 결정되었습니다.

무슨 용기로, 무슨 생각에...?

허허~ , 글쎄요...그건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2014년 어느날 그냥 그렇게 귀농을 결심하였고 과감(?)하게 일을 벌였습니다.

 

부모님이 시골에 계시기 때문에?

고향이 있고, 친구와 친척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물론 그런 요인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귀농결심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실제 귀농 후 그 중요성을 실감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런 현실적인 요인들이 귀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더 이상 내가 도시에서 할 일이 없다는-존재감 상실이라고 표현할까요?, 그런 무기력감이

새로운 생활-농사와 육체노동에 대한 두려움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하지 않았나

...

아무튼 귀농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만(물론 제가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일을 잘 벌이기는 하지만...^^)

귀농 후 흘리는 땀방울에서 육체노동의 가치를 스스로 만끽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귀농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아주 허탈한 귀농이유죠?

 

귀농 5개월차,

이제 어렴풋이 내가 귀농한 이유,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고자 하는지...

어설프게나마 조금씩 이유를 만들어나가는 수습과정(?)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

나는 농부가 되고자 했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가 되려하고 있고,

함께 기꺼이 그 어려움을 함께해주는 아내가 있고,

많은 도움을 주는 주변 지인들이 있고,

그 삶속에서 기쁨과 가치를 맘껏 누리고 있고,

...

이제, 삶은 이래야 한다는 막연한 자신감까지도...^^

 

2014년,

농부가 되기로 작정하고

저와 제 아내는 이제 그을린 얼굴, 거친 손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농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농부의 길에 서서...,

단지 소망이 있다면,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가 되는 것,

저에게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과 아낌없이 제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농부가 되는 것,

 

 

 

세종시 연서면 용암리

이곳에 다시 뿌리내리다...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