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리고 봄여름가을

작전같았던 고구마일병구하기

세봉뿌나농장 2014. 10. 29. 22:12

작전같았던  고구마일병구하기

 

날씨상황이 좋지않다, 오버...

...

작전은 그렇게 급전직하로 전개되었습니다.

 

 

이른 새벽, 하얀서리가 온땅에 내려앉았습니다 

 

10월28일, 날씨가 거의 영하권에 가까운 지경으로 곤두박질치고

들판에 하얗게 된서리가 내려앉자

노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ㅠ

'캐서 버리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밭에 그대로 버려둔 채 얼려죽이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내가 너무 무심했었나봅니다...

 

2014년 10월 28일 09시를 기하여 작전에 돌입합니다.

옆 농장 대형트랙터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는 이틀뒤로 D-Day를 미루자는 내 주장을 한마디로 뭉게며

 촌놈 친구와 아내는 작전을 시작합니다...ㅠ

서울놈이 촌놈에게 무지를 질타받는 이 암울한 농촌의 현실(...ㅠ, 엉엉)

 

친구의 기계화부대가 전선에 배치되며

드디어 '고구마일병 구하기' 작전이 시작됩니다.

고구마일병은 150고지에 고립되어 고라니와 들쥐의 위협,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에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

구조을 요청하는 무전은 계속 날아오고...

 

업고, 안고, 이고 날라 고구마일병을 구하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너무 힘들어,

반드시 수송차량이 현장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야만 합니다.

그것도 경사도 30~40도는 되는 언덕 50여 미터를 후진으로 올라야...ㅠ

트랙터에 와이어줄로 1톤트럭을 연결하고,

후진으로 올라갑니다.

아니 트랙터에 끌려올라갑니다.

 

 

 

 

오전내내 4명이 숨어있는 고구마일병을 찾아 밭 하나를 다 뒤집어놓습니다.

포도농사와 겹쳐 캘 시기를 이미 너무 많이 지나...,

농부는 이럴 때 농작물에 미안함을 갖나봅니다...ㅠ

지난주에 흠뻑 내린 가을비가 고구마걷이에는 큰 도움을 줍니다.

(다 하늘의 뜻이려니...)

비오기 전에는 호미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땅이 굳어있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었거든요.

오후에는 외삼촌부부가 지원병력으로 현장에 투입되어

나머지 더 큰 밭 마저 샅샅이 수색하여 모든 살아있는 고구마들을 구조합니다.

 

 

 

 

고구마농사, 너무 쉽게 보았나봅니다...우리 초보농부...ㅠ

진짜 호박만한 호박고구마를 어쩌란 말입니까?...ㅠ

(물론 다 그런 것은 절대, 절대 아닙니다만...)

동네에서 두고두고 실패의 사례로 회자되겠죠....!...ㅠ

고구마 100평 농사가 어느 정도의 양인지도 전혀 감잡지 못하고,

덥썩 벌려놓은 일에, 주변분들의 몸이 고달파지네요...^^

내년에도 고구마심을까?....

음~, 정말 정말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할 문제가 분명합니다^^

 

 

진짜 호박만한 호박고구마...ㅜ.ㅜ 

모두가 원하던 그 사이즈의 고구마! 


고구마농사,

심어놓는다고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절대^^

고구마농사가 쉽다고들 하지만, 올해를 경험한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이건 분명 고수의 경지에 다다른 농부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작물이라고...!

적어도 줄기를 보고 땅속 뿌리의 상황을 알아챌 수 있는 지경에 이른 농부만이 가능한...^^

(물론 포도농사는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죠. 잎과 열매를 보고 뿌리상황을 알아채야 진정한 농부입니다)

 

<뿌리깊은나무>의 고구마농사,

'먹기 알맞은 크기로'라는 고구마계의 트랜드에서 엄청 벗어나...,

그 관점에서는 한마디로 실패에 가깝죠.

위안이라면, 무농약 무제초제의 건강한 고구마라는...,

그래서 그렇게 밀어부치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이 고구마는 판매용이 아니었기에...아마 별 문제 없을 것입니다

제 농부이미지에는 조금 악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요...^^

이 고구마는 저를 도와주신 분들과 나눔용으로 모두 사용할 계획입니다.

약 25Kg  들어가는 컨테이너로 30여개.

내일부터 틈틈이 분류작업을 하여 맛있게 나누어 먹을 예정입니다.

 

 

 

<뿌리깊은나무>의 2014년 호박고구마,

크기가 아닌 맛으로 평가해주세요^^

당연히 무농약, 무제초제의 건강식품이고요...

 

 

물안개 피어오르는 2014년 시월 고복저수지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