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리고 봄여름가을

아버지의 농사

세봉뿌나농장 2015. 5. 21. 00:47

아버지의 농사

 

 

 

 

모처럼 아버지가 일구시는 밭에 함께 나가

참깨를 심었습니다.

부지런하신 아버지가 미리

관리기로 두둑을 모두 만들어놓으셔서,

80평 정도의 밭에 참깨 씨앗을 뿌리고,

비닐을 덮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아버지는 이곳, 세종시(이전에는 충남 연기군이었죠)에서 태어나

장교로 군에 입대하셨고,

부하들의 실수에 책임을 지고 군을 전역하셨습니다.

그리곤, 자식들의 공부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셨고,

거의 한평생을 보내시다가,

2000년 즈음에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3남매와 그 자식들은

매년 아버지가 올려주시는 다양한 농산물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받아 먹었습니다.

제가 이제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그동안 아버지가 흘리신 땀의 가치가

얼만큼이었는지가 어렴풋이나마 가늠이됩니다.

 

아버지는 팔순을 넘기신 연세에도

아직도 거의 500평이 넘는 밭을 혼자 다 일구십니다.

저는 아버지의 농사에 거의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아버지는 시간만되면 제 농사를 도와주시네요...ㅠ

 

잠시 아버지의 올해 농사를 둘러볼까요?

먼저 아버지 농사의 출발점,

비닐하우스를 슬쩍 들여다볼께요.

 

 

 

 

 

 

상추, 쑥갓, 아욱, 파, 배추, 열무가 자라고있고,

고구마도 밭에 옮겨 심을 수 있을 정도로 잘 자라고 있네요.

저기 비어있는 자리에는 또 무언가가 심겨져 있겠지요.

 

 

 

 

마늘밭의 풀을 메고 계시는 모습을

조금 먼거리에서 잡아보았습니다.

저는 아직, 마늘을 심어보지도 않았고

지금 저 마늘밭에 얼마만큼의 마늘이 심어져있고,

또 얼마만큼의 마늘이 수확될 지도 전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고추농사!

올해도 어김없이 1,000포기 가까운 고추를 심으셨습니다.

그래도, 용돈벌이라도 하는 효자종목이죠^^

힘드셔도 고추농사만은 건너뛸  수 없죠.

덕분에 저희 형제들은 김장에 고춧가루 걱정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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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강낭콩, 옥수수, 오이, 호박, 참깨, 양파

그리고, 또 앞으로 심어질 고구마, 들깨, 콩, 팥...

그리고 때때로 녹두, 땅콩까지...

그 수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네요^^

 

**

 

 

모처럼 아들도 따라나선 아버지의

참깨심기 과정을

함께 해보실래요?

 

먼저 만들어진 두둑위의 흙을

쇠스랑으로 골라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곤 두둑 위에 두 줄로 선호미를 이용하여 길게 홈을 파줍니다.

(처음 사진이 이 작업)

그리고는 이어지는 아버지의 참깨뿌리기 신공!^^

 

 

 

 

음료수병에 담겨진 참깨를 파진 골에

약 15Cm정도의 간격으로 한곳에 5-6알씩(점파) 뿌려줍니다.

(땅에 습기가 적당히 있어야 참깨가 발아하겠죠?

그래서 비가 온 후 참깨뿌리기를 합니다.)

음료수병 뚜껑에 미리 조그만 구멍을 뚫어놓아,

마치 조미료뿌리듯 한두번 톡톡 뿌리면 됩니다.

 

참깨뿌리기 신공에 이어지는,

빗자루신공!

빗자루로 두둑 위를 살짝 쓸어주면

적당한 흙이 참깨씨를 덮어줍니다.

(너무 두껍게 흙이 덮이면 참깨가 싹을 틔우기 참 힘들겠죠?^^)

 

 

 

 

그리곤, 제초제로 두둑 위를

풀이 나지 못하도록 소독하십니다.

다른 농가에서는 이렇게 참깨씨를 직파하는 경우

보통 검은 비닐에 하얀색 줄이 나있는

전용 비닐을 사용하여 풀을 방지하지만,

아버지는 참깨씨를 뿌릴 때는, 꼭 이렇게

하얀비닐을 사용하십니다.

하얀비닐 안에서는 풀이 자라기 때문에

미리 제초제를 뿌려두시는 게죠.

 

마지막으로 하얀비닐을 씌워

모든 작업을 마칩니다.

 

 

 

 

 

작업에 사용된 아버지의 손때묻은 농기구들입니다.

이제는 저도 즐겨 사용하죠^^

 

이제 참깨 씨앗이 싹을 틔우기를 기다려,

비닐에 구멍을 뚫어주고,

참깨를 적당히 솎아주면 됩니다.

 

같은 날 모종으로 심어진,  친구가 보내준 토종참깨입니다.

 

 

 

 


 

**

 

저는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시는

아버지의 농사방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아버지와 의견충돌이 일어나기도 하죠^^

그러나 아버지의 농사방법이 잘못되었다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농사에는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감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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