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리고 봄여름가을

우리는 아직도 도리깨질을 한다

세봉뿌나농장 2014. 10. 21. 01:07

우리는 아직도 도리깨질을 한다

 

 

 

월요일부터 비가 예보되어 일요일 오후 급하게 말린 들깨를 텁니다.

아버지가 전부터 틈틈이 농장에 나가 털고,

일요일 오후부터 나와 아들까지 삼대가 합세하여 털었지만..., 역부족...

그예 절반정도의 깨는 가을비를 맞히고 맙니다...ㅠ

 

도리깨질 해보신 적 있으세요?

아마 대부분 실제 사용해본 경험은 없으실게고, '저것이 뭐하는 물건인고?'라고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젊은 분들도 많으실 듯...^^

 

 

 

쉿!...........,가만히 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들깨알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세요?^^

노농부의 세월이 묻어나는 도리깨질을 보시고 계십니다.

결코 급히 서두르거나, 힘으로 하시지 않네요.

 

 

'도리깨'는 곡식 낟알을 터는 도구로, 휘둘러 내리치는 충격으로 곡식 낟알을 털게됩니다.

과거에는 군대에서 병기(兵器)로 활용되었다고도 하네요.

지금은 농촌에서도 사진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도리깨는 찾아보기 힘들죠.

대신 철물점에 가면 플라스틱이나, 철로 만들어진 도리깨를 팝니다.

과거 모습 그대로인 도리깨, 저희 아버지의 작품이죠^^

아, 처음 사진의 모델이 제 아버님이시고

(제 이전 글들에서도 가끔 모델로 등장하시긴 했지만, 정식으로 소개드립니다^^)

아래 사진이 중학교에 다니는 제 아들입니다.

 

아버님은 팔순을 넘기셨는데도 저보다 몇배는 더 성실하시고, 힘든 일도 잘하십니다^^

요즈음에는 부쩍 '힘들다'는 표현을 하시긴 하시지만...ㅠ

내 말이라면 거의 순응하는 순둥이과인 아들을 들로 데리고나가

자연스레 삼대가 일을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연출한 듯이 '도리깨질'에 대한 현장교육이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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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는 베어내서 집주변으로 옮겨 말려서 터는 작업을 하지만,

들깨는 보통 밭에서 말려 현장에서 터는 작업까지를 진행합니다.

참깨는 보통 나뭇가지등으로 한개씩 거꾸로 들고 툭툭쳐서 알갱이를 털지만,

들깨는 이렇게 모아놓고 도리깨질을 해서 낟알을 텁니다.

글쎄요, 아직 참깨나 들깨를 터는 일을 기계화시킨 것은 보지못했네요.

이렇게 하나하나 손으로 작업하니 효율은 정말 떨어집니다...ㅠ

나무에서 털어낸 들깨나 참깨를 보면,

~ 음, 때론 맘이 허합니다^^

수확량이 너무 보잘것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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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퀴로 큰 불순물(잎,줄기)을

걷어냅니다 

채로 쳐서 깨알들을 골라냅니다 

이제 밑에 깨알들이 모이는 것이

보이시죠? 


이 과정을 거쳐 들깨는 생산됩니다.

6월20일경 밭에 들깨모종을 옮겨심기 시작해 7월20일경까지 틈틈이 심어서,

약 500여평에 들깨를 심었습니다.

예상되는 들깨수확량은 약 100Kg(두가마니).

지난해 들깨 산지가격이 한말(5Kg)에 약 5만원선.

지난해 기준으로 하면 약 100만원의 가치가 있네요...^^

<뿌리깊은나무>의 들깨는 완전 무농약, 무제초의 건강한 농산물이므로...,

음~, 50% 정도의 프리미엄을 준다해도 약 150만원.

여러분이 농부라면 이런 농사를 지으시겠어요?^^

 

한마디로 경제성이 없는 작물이죠....ㅠ

당연히 농촌에선 본인들 먹을 들깨 이외에는 잘 짓지 않습니다,

 젊은 농부들은 아예 이런 농사는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생산이 줄어들면 소비자들은 값싼 '중국산' 들깨를 먹을 수 밖에 없게되겠죠?

 

그렇다고 '대량화, 규모화'가 정답도 아닙니다.

이 문제는 다음에 한번 정식으로 다루어볼 예정입니다만,

대량화, 규모화에는 거의 농약의 문제가 따라붙게 됩니다.

대량화, 규모화된 생산은 보다 자본주의적입니다.

저비용 고효율을 노리죠.

한번의 실패는 곧 '사업실패'를 의미합니다.

당연히 실패하지 않기 위해 과도한 농약등이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글이 조금 길어졌죠?

그래도, 저는 들깨향이 좋아요...^^

그래서 들깨를 생산하고, 들기름을 짜고, 밥비비는데는 빼놓지 않죠.

 

멀리 노부부의 목가적인(?) 들깨터는 모습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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